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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기 (지역부 수도권팀 엄지원 기자)
작 성 자 : 인재개발부 등 록 일 : 2011-05-29 조 회 : 8620

 

지역부 수도권팀 엄지원 기자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과연 골수인가? ’

작고하신 이윤기 선생님의 이 같은 물음을 책에서 접하고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겨레에 합격한 후, 이 질문에 답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기자라면 적당히 가죽이나 뼈를 취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한겨레 기자는 달라야 합니다. 선배들이 지켜온 ‘골수’, 그것을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부채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영혼의 골수를 바치는 일은 뒤로 미룬 채 살아왔습니다. 제게 한겨레 합격 고지는 이러한 모라토리엄이 끝났음을 알리는 경적소리와 같았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붉은 약을 받아든 네오는 냉엄한 현실을 목격한 후, 달콤하고 안락한 매트릭스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한겨레라는 이름을 받아들면 저 역시 다시는 적당한 자기기만의 삶을 살 수 없겠지요. 두려움이 앞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 가슴이 요동칩니다. 더 나은 미래를 믿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매트릭스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 비하면 저는 복된 사람입니다. 대안을 거부하는 천민자본주의 시대에 ’다른 세계‘를 믿는 사람들이 공덕동 116-25번지에는 500명도 넘게 모여 있습니다. 매트릭스로부터 벗어나려는 신출내기 기자의 곁에 수백 명의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있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그 같은 희망이 있을 때 일당백, 한 명의 네오가 수백 명의 스미스요원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사 후 열흘. 매일 아침 회사 문을 들어설 때 송건호 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작고 얕아졌던 내 영혼의 깊이를 다시 가늠해봅니다. 골수를 바쳐 뜻을 지킨 어른을 기억하며 나는 뜻을 위해, 인생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엇을 바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합니다. 열심히 뛰고 묵묵히 쓰는 일밖에 없겠습니다. 앞으론 굽어지고 휘어진 말 몇 마디가 아니라, 단단한 사각 박스 안의 기사가 나를 말해줄 것입니다. 스트레이트 한 건에도 가죽이 아닌, 골수를 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