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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기 (편집국 경제부 산업팀 김선식 기자)
작 성 자 : 인재개발부 등 록 일 : 2012-05-11 조 회 : 5008

 

예비군 훈련장에서 합격통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빗소리로 가득 찬 훈련장에 갑자기 포성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축포 소리로 들렸습니다. 참 오랜만에 선택된 자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수험생활 3년은 힘겨웠습니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몸이 아플 때도 있었고, 집안일로 잠시 공부를 손 놓아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는 저를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기 고민과 자기 공부만 껴안고 3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2011년 7월, 한겨레 기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과거를 까맣게 잊고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입사 시험을 치를 즈음, 제 마음을 짓누르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도 조선소 크레인 위에 올라간 김진숙,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취방에서 목숨을 끊은 이상현이 그들입니다. 대학생 때 집회 현장에서 ‘숲속홍길동’ 이상현 씨를 처음 봤습니다. 그는 투쟁하는 노동자,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1인 미디어 활동가였습니다. 복지 담론이 넘쳐나고 뉴미디어의 가능성이 조명되던 때 그들은 크레인 농성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말잔치는 화려했지만 그들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며 3년째, 여전히 미래를 기약하는 데 만족해야 하는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최소한 그들의 말과 삶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한겨레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겨레라면 세상을 미화하지 않고 진실 그대로 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입사한 지 일주일. 저는 이미 한겨레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 자부심의 근원은 자기 쇄신에 열려있는 한겨레에 대한 믿음입니다. 아집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때로는 한겨레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제쳐 두고, 스스로를 냉정히 살피는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의혹을 회피하지 않을 때 단단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며칠 전만해도 제 몸 하나 놓을 곳 없던 방황하던 청춘이었습니다. 그런 제게도 얼마 후면 조그만 지면 하나가 생깁니다. 그 작은 지면에서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글로 세상과 호흡하겠습니다. 의욕이 앞섭니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의욕을 조절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앞선 의욕을 따라잡을 실천입니다.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